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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남편 재선 도와주세요” - 25일(현지 시각)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가 입은 군복 스타일의 카키색 재킷은 1500달러(약 180만원) 상당의 알렉산더 매퀸 제품이다. /AFP 연합뉴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처음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이틀째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이런 헤드라인을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찬조연설에 나선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50)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이날 "코로나로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연민(sympathy)을 느낀다"고 했다. "여러분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겠지만,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동유럽 억양이 강한 멜라니아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한 연설의 효과는 컸다. 코로나로 18만명 가까이 죽은 미국에서 이런 위로가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진심 어린 방식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초현실적(surreal)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번 전대에서도 트럼프는 "나 아니었으면 수백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했고, 그의 두 아들과 딸 티파니는 코로나 사태를 아예 무시하거나 정부 대응을 자화자찬하면서 야당을 '좌파 사회주의'라고 공격했다.

이날 멜라니아는 공산권 슬로베니아의 노동자 가정에서 자라나 패션모델이 돼 자유와 기회를 찾아 미국에 온 과정 등을 얘기했다. '귀화한 이민 1세 퍼스트레이디의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였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역사 지우기와 폭력·약탈로 변질된 데 대해선 "우리의 다양한 역사가 우릴 강하게 한다"며 "정중한 방식으로 단합하자"고 호소했다.

트럼프에 대해선 "여러분이 지난 5년간 알게 됐듯이 남편은 전통적 정치인이 아니다. 말만 하지 않고 성과를 낸다"며 "남편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연설은 "대통령보다 더 리더십을 보여줬다"(뉴욕타임스) "트럼프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CNN)는 평가를 받았다.

멜라니아는 2016년 전당대회 때도 연설했다. 하지만 당시엔 2008년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표절한 것이 드러나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멜라니아는 연설의 틀을 직접 잡았고, 트럼프 캠프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멜라니아의 스테파니 그리셤 대변인은 25일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트럼프 여사 본인의 말"이라고 했다.

멜라니아는 그간 대중 앞에 나서 목소리 내는 일을 극도로 꺼려왔다. 연설은 보통 3~4분이었다. 그러나 남편 재선을 위해 작심하고 나선 이날 연설은 26분으로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는 이날 연설 장소인 백악관 안뜰 로즈가든도 새로 단장해 선보였다. 트럼프 캠프 측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질 바이든(69)을 의식, 좀 더 적극적이고 온화한 이미지로 멜라니아를 업그레이드해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고 지난 4년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온 멜라니아가 앞으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는 처음부터 퍼스트레이디란 자리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취임 후에도 아들 배런(15)과 함께 뉴욕에 머물다 마지못해 백악관으로 옮겨왔고, 트럼프와 각방을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향적인 그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39) 같은 야심만만한 전처(前妻) 자식들에게 영역을 침범당해 분노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 [포토]멜라니아 26분 ‘감성 연설’…공화당서 코로나 연민과 위로 처음

[뉴욕=정시행 특파원 poly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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