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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갤러리
 
작성일 : 07-11-07 11:14
겨울이 오면
 글쓴이 : 아카시아 (211.♡.159.232)
조회 : 303,357  
가을이 오면 하얀 엿가루분을 바른 듯
세련과는 거리가 멀었던 울 엄니 들떤 화장얼굴이
생각난다.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새내기 시절
당시 계모임은 주로 집에서 하셨다.
친구분들을 곧 잘 웃겨 주시던,
흥이 많으신 엄니의 코믹춤이 아련하다.

그 시절 겨울은 또 어찌 그리 추웠을까
연탄구들장이야 아랫목을 제외하면 얼음장
이른 아침, 세안을 마치고 거북이 햇살 쐬듯 아랫목에
배를 깔고 납닥하니 웅크리면
엄니의 부지런한 아침준비 소리가 도란 도란 들려온다.
여중 여고생이었던 언니들의 멋내기 언쟁도
간간히 들려오던 겨울입동.
딸아이들 겨울 옷 준비를 위해 엄니 털옷을 풀어
김이 풀풀 오르는 주전자 주둥이를 통과하면
새실이 포실 거리고 졸졸 나오고는 했었지.
.
.
말 수가 줄어 들고
미소가 한 없이 편안해 질 즈음
엄니는 준비하고 계셨던가보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몇해 전 겨울
지상에 남겨 둔 미련을 걷으시고 가만히 가셨다.

가을의 고적함도 바쁜시늉인 요즘
부족함이 없는 아이들에게 남겨 둘 것이라...
하얀 엿가루 분처럼
언듯 언듯 번지는 하얀 추억이라도 필요하리 싶어진다.
속 살 떼어내듯 아까움이 없는 엄니들의 마음을
내 아이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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